전 국민이 똥 싸면서 보는 앱, 들어봤나?

[이정환의 미디어시평] 욕먹으면서 부러움 사는 <피키캐스트>

이정환 2015.12.21 18:04:59

‘콘텐츠 도둑’ 평가받는 피키캐스트 성장
큐레이션 매체에 대한 언론의 이중 잣대
급격히 바뀌는 뉴스 소비행태, 적응 필수

<피키캐스트>가 온라인 저널리즘 어워드에서 멀티미디어 스토리텔링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주변의 많은 기자들이 코웃음을 쳤다. ‘피키캐스트도 언론이냐’는 냉소적인 반응부터 언제는 콘텐츠 도둑질이라고 난리더니 이제 와서 무슨 상을 주느냐는 시니컬한 반응도 있었다.

<피키캐스트>는 언젠가부터 한국 언론의 공공의 적이 됐다. 언론 같지도 않은 게 트래픽을 쓸어 담으면서 독자들을 빼앗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피키캐스트>가 뭔지 잘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10대와 20대가 많이 보는 콘텐츠 서비스다. 어마어마한 비용을 들여 버스 광고에 TV 광고까지 쏟아 부어 인지도는 상당히 높지만 30대 이후는 잘 모르거나 알더라도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누군가는 전 국민이 똥 싸면서 보는 앱이라고도 한다. 그만큼 <피키캐스트>의 콘텐츠는 가볍고 동시에 중독적이다. 10대와 20대 사이에서는 <피키캐스트>가 급격히 뉴스를 대체하고 있다.

<피키캐스트>나 <위키트리>, <인사이트> 같은 사이트를 흔히 큐레이션 매체라고 부른다. 직접 콘텐츠를 생산하지 않고 다른 매체에서 만든 콘텐츠를 다시 가공해서 읽기 좋게 그리고 소셜 네트워크에서 공유하기 좋게 내놓는 서비스를 부르는 말이다.

▲이정환 | 미디어오늘 편집국장

미국도 상황은 비슷해서 <뉴욕타임즈>는 지난해 공개된 혁신 보고서에서 “허핑턴포스트와 버즈피드가 우리 트래픽을 잠식하고 있다”며 “디지털 소매치기(pick-pocket)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허핑턴포스트>는 지난해 2월 <한겨레>와 손을 잡고 한국에 진출했고 <버즈피드>는 내년 4월에 독자적으로 한국 지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많은 언론사들이 이들 큐레이션 매체를 욕하면서도 부러워한다는 사실이다.

왜 우리 콘텐츠를 훔쳐가는 애들이 우리보다 더 많은 트래픽을 얻느냐고 불만을 터뜨리지만 독자들이 원본보다 펌질 콘텐츠에 더 열광한다는 이유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심리가 깔려 있다.

분명한 건 뉴스 소비 행태가 급격히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다. 프린트에서 온라인으로, 그리고 모바일로 넘어가면서 독자들은 이제 뉴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읽지 않는다. 조금만 길어도 지루해하거나 읽다가 창을 닫아 버린다. 어디선가 걸려든 링크를 타고 흘러들어가 기사를 읽지만 그게 어느 신문인지 어느 기자가 쓴 기사인지 기억하지 못하고 관심도 없다. 그게 모바일 퍼스트 시대, 언론의 현실이다.

큐레이션 매체들은 굳이 콘텐츠를 만들지 않아도 적당히 요약하고 적당히 눈길을 끄는 ‘짤방’을 갖다 붙이고 섹시한 제목을 내걸면 트래픽을 쓸어 담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간파했다. <버즈피드> 같은 매체들은 독자 데이터를 추적하고 분석해 트래픽 효율을 극대화한다.

기사를 잘 쓰면 독자들이 찾아와 읽어줄 거라는 기대를 버리고 패키지를 해체하고 각각의 기사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독자들 입맛에 맞게 던져주는 새로운 유통 전략이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9월부터 <피키캐스트>와 제휴를 맺고 일부 기사를 피키캐스트 포맷에 맞춰 송고하고 있다. <미디어오늘>이 어떻게 <피키캐스트>와 손을 잡을 수 있느냐는 이야기도 여러 군데서 들었다. 일단 분명한 것은 <피키캐스트>에 기사를 올리면 반응이 폭발적이라는 사실이다.

콘텐츠 한 건에 평균 27만 페이지뷰, 댓글이 평균 300개 이상 달린다는 통계도 공개된 바 있다. 이 정도 높은 참여율을 보이는 매체는 <피키캐스트>가 거의 유일하다.

변명을 하자면 <피키캐스트>가 잘 나가서가 아니라 저작권 문제로 큐레이션 매체를 외면하기에는 이미 시장 상황이 달라졌다. <피키캐스트>가 완벽하게 저작권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장윤석 대표의 말처럼 회색지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돈 주고 사지 않은 모든 사진은 다 불법인가? 기사를 인용할 때 몇 줄까지는 합법이고 한 줄이 더 넘치면 불법인가? 매체는 직접 찍은 사진과 직접 쓴 기사 외에는 절대 써서는 안 되는 것인가?

<피키캐스트>는 큐레이션 매체들 가운데 <허핑턴포스트>와 함께 그나마 저작권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편이고 ‘불펌’ 문제도 상당 부분 개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을 긁어가는 건 불법이지만 텍스트의 일부를 요약해 싣고 원문에 링크를 걸어주는 건 오히려 권장할 만한 일이다.

합법적으로 공유 가능한 무료 이미지도 많다. 기성 언론 입장에서는 한심해 보이겠지만 큐레이션 매체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트래픽을 빼앗아 갈 가능성이 크다.

콘텐츠 도둑질이라고 욕할 수는 있지만 도둑질의 경계가 모호한데다 <피키캐스트> 등은 이미 그 경계 안에 들어와 있다. 기사라고 하기에 애매한 얄팍한 콘텐츠가 넘쳐나지만 지금의 10대와 20대는 <피키캐스트> 같은 큐레이션 콘텐츠에 열광한다. 긴 글을 읽지 않을 뿐더러 꼰대 같은 메시지를 외면하는 세대다.

달라진 스토리텔링 방식과 새로운 플랫폼에 적응해야 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읽지 않고 읽지 않으면 아무리 기사를 잘 쓴들 의미가없으니까.

앞으로 <피키캐스트>나 <허핑턴포스트> 같은 걸 읽고 뉴스를 다 봤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날 것이다. 시대가 바뀌어도 뉴스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겠지만 인내심 없는 독자들에게 어떻게든 뉴스를 떠다 먹일 방법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피키캐스트>와도 손잡고 <허핑턴포스트> 같은 큐레이션 콘텐츠도 만들어야 한다. 잘 만드는 것 못지않게 잘 전달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똥 싸면서 읽을 수 있는 뉴스를 만들어야 한다.

*이정환은 <한겨레 이코노미21>, 월간 <말> 등에서 기자로 활동했으며, 현재 <미디어오늘> 편집국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는 <투기자본의 천국>, <한국의 경제학자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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