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램 방식만 뺀 호치민 도시철도

[김학용 칼럼] 가난한 호치민 부자 시드니 도시철도

김학용 주필 2017.09.22 17:00:40

대체로 도시 규모가 클수록, 도시철도 노선이 많을수록 대중교통 이용률이 높다. 우리나라 대도시의 대중교통수송분담률을 보면 서울 65%, 부산 43%, 인천 39%, 광주 38%, 대구 29%, 대전 28%다. 인구와 도시철도 노선이 더 많은 대구가 광주에 미치지 못하는 게 눈에 띠지만 도시철도는 대도시 대중교통 활성화의 중요한 수단임은 분명해 보인다. 서울 같은 대도시에 도시철도가 없다는 건 이제 상상하기도 어렵다.

도시철도 노선 많을수록 높아지는 대중교통 이용률 높아

100만이 넘는 울산(20%)과 창원(14%)의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이 현저하게 낮은 것도 도시철도가 없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은 도시의 구조, 도로 여건, 대중교통시스템, 서비스 수준 등에 의해 좌우된다. 세계의 대도시는 교통문제를 해결하는 데 머리를 싸매고 있다. 대중교통 활성화가 요점이다.

대전의 경우 2호선을 통해 대중교통 이용률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다. 대전과 비슷한 조건의 광주는 2호선이 건설되면 도시철도 이용률이 현재 3.5%에서 12% 이상으로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전2호선도 그만큼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어려울 것이다. 광주는 도시철도 노선가 하나 새로 생기는 것이지만, 대전은 사실상 ‘버스중앙차로제’를 확대하는 효과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트램이 도로 가운데를 차지하면, 승용차는 물론이고 기존의 대중교통인 시내버스까지 불편을 겪게 된다. 버스중앙차로제가 시행중인 대덕구 오정동에 가보면 그 모습을 볼 수 있다. 한가한 버스중앙차로 양 옆으로 승용차들이 길게 늘어서 거북이 운행을 한다. 트램이 그 가운데 자리를 차지하게 되면 이젠 시내버스도 거북이운행 대열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해당 시내버스 이용자들이 다 트램으로 옮겨간다는 보장이 없고, 버스노선 조정을 한다고 해도 전부 없앨 수는 없을 것이다.

"트램은 도시철도 아니다" 시내버스 종류로 보기도

트램은 승용차나 버스와 함께 도로 위를 달린다는 점에서 도시철도가 아니라 시내버스의 일종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트램에 우선 신호를 준다고 해도 기본적으론 승용차와 함께 달리기 때문에 속도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게 일본 히로시마시의 연구 결과다. 트램으로 건설되면 노선이 통과하는 간선도로는 러시아워 때마다 도로가 마비되는 도안동로와 같은 풍경이 연출될 것이다.

트램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그 점을 기대한다. 트램은 승용차 이용자들에게 불편을 주어 대중교통으로 갈아타도록 강제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서울시 같은 대도시에서 도심의 교통혼잡을 덜기 위해 일부러 도심 주차시설을 줄여 자가용 운전자들에게 불편을 주는 것과 같다. 대중교통 이용을 늘리려는 고육책이지만 대전에도 적합한지는 의문이다.

서울 도심은 주차난이 심해도 도심에 들어가야 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지만 대전은 다르다. 빈집이 늘고 인구가 줄고 있다. 대전은 교통불편을 주고 고통을 주더라도 참고 견딜 수 있는 지역이 못 된다. 트램이 지나는 노선에 사는 사람들은 승용차 이용이 불편해지면 그 지역을 떠날 수도 있다. 중앙차로제로 인한 오정동 상가 상인들이 피해를 못 견디고 떠나는 모습을 목격한 바 있다.

굳이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출근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좋아 보이고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것을 모든 사람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 트램은 대전시민에게 그런 불편을 주게 돼 있다. 많은 승용차 운전자들에게 러시아워마다 교통지옥에 빠지게 한다면 시민을 행복하게 해주는 게 아니라 불행하게 하는 것이다.

문화의 차이일 수도 있고, 여건의 차이일 수도 있지만 유럽과 달리 아시아 국가들에선 트램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본에선 1990년대부터 정부 차원에서 트램 부활을 시도해봤으나 새로 건설된 노선이 거의 없고, 중국에서 저렴한 비용 때문에 몇 개 도시에서 건설했으나 지금은 시들한 분위기다.

오토바이 천국 베트남의 호치민시(인구 700~800만)는 지금 도시철도 2개 노선을 건설 중이다. 모두 ‘지하’와 ‘고가’를 혼합한 방식이다. 트램 방식만 빠졌다. 1호선의 경우 도심 구간 2.6km만 지하철로 놓고 나머지(17.1km)는 고가(高架) 방식으로 놓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메트로 6개, 모노레일 2개, 트램 1개 노선을 구상중이라고 한다. 현지 관계자는 베트남 수도 하노이도 호치민과 비슷한 방식이라고 했다.

베트남은 호치민과 하노이 같은 대도시도 이제야 처음으로 도시철도를 놓을 만큼 아직 가난하다. 국가 GDP 2300달러, 호치민시 5000~6000달러 수준이다. 경제적으로 따지면 가장 비용이 적은 트램을 선택해야 맞다. 그런데 왜 트램으로 하지 않을까? 트램은 대도시 대중교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도시철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부자 나라 호주 시드니가 호치민처럼 ‘도심 지하-외곽 고가 방식’의 ‘스카이 트레인’을 건설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대중교통 문제, 대중 아닌 市長에 달렸다

가난한 도시든 부자 도시든 대도시 대중교통문제를 푸는 데 트램을 쓰는 나라는 없다. 쓴다면  ‘도시철도(메트로)’의 보조수단으로 쓰고 있을 뿐이다. 지금 대전시는 정부가 ‘도시철도 2호선’ 건설에 1조원을 대주겠다는 도장을 찍었는 데도 이를 걷어차고, 설사 다시 승인이 떨어진다고 해도 ‘도시철도 지원금’의 절반도 못 받는 ‘트램’에 목을 매고 있다. 무엇 때문인가? 잘못된 지방정치의 폐단이다. 교통문제가 정치문제로 변질된 탓이다.

22일은 ‘대중교통의 날’이다. 대전시는 광고판까지 내걸어 “버스와 지하철을 타라”고 호소한다. 그러나 대중교통 문제는 대중이 아니라 시장에게 달린 문제다. 편리하면 말려도 타고 그렇지 않으면 돈을 줘도 잘 안 탄다. 지금 대전의 대중교통문제는 시민의식의 문제도 아니다. 전적으로 행정 기관의 성실성과 능력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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